디그니타스.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에게 편안한 죽음을 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이다. 나는 생각한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오래 사는 게 정말 축복인가? 예를 들어 내가 늙고 병에 걸려 힘든데 현대 의술의 힘을 얻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생명만 연장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숨은 붙어있는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먹지 못하며 대소변도 가족과 타인의 도움의 없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건 이미 인간의 존엄성을 잃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이 가족 및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나의 힘든 상황을 그들에게 전파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태어난 것은 자유가 아니지만 삶을 마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개인의 자유를 선택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더욱 환영받아야 한다.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본인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실제로 언젠가 국내 중환자들의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 나도 저 상황이면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매일매일 아픔을 느끼는 인생이 정말 행복일까? 살아날 확률이 별로 없다면 삶을 연장하는 것보다 빨리 마감하여 고통을 줄여 주는 게 더 행복한 거 아닌가? 이제는 우리나라도 조력자살과 안락사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해 볼 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 전 디그니타스에 연락해 스스로 삶을 마감한 한국인이 2명 정도 있다는 기사를 봤다. 한국에서는 스스로 삶을 편안하게 마감할 수 없기에 스위스로 가서 삶을 마감하셨다는 내용인데 그들에 관한 신상과 정보는 디그니타스에서 제공하지 않아 알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분들이 본인의 권리를 행사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은 생명을 경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디그니타스 역시 조력자살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일단 조력자살을 신청한 사람들의 진료기록을 면밀히 살피고 면담과 면담을 거듭해 조력자살을 결정한다. 만약 소견서나 치료 내용에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조력자살을 허락해 주지 않는다. 그만큼 그들도 철저히 검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용은 어느 정도 들까? 대략 한화로 2000만 원 정도 든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여기서 비행기 값 체류비와 같은 부대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뭐 내 생각에 max 3000만 원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두려움도 있고 이 존재의 세계에서 사라지는 슬픔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인간은 언젠가는 죽기에 그 죽음을 너무 슬프게 받아들이지 말고 의연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죽음은 흔한 이니까. 이제 30대 후반인 나도 이제 인생의 절반 정도는 살아왔다. 편안하고 존엄을 지키면서 타인과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점이다